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어린 자녀를 유학길에 올려놓은 것 같다.
여기서 '어린' 이라고 말하는 경우는, 초중등생을 말한다...
미국에 연고가 없는데 어린아이 단독으로 유학을 보내시는 것은 많이 많이 숙고하셔야할 문제인 것 같다. 연고가 있다 하여도 이모이건 삼촌이건 그들도 자신의 생을 살아내는데 바쁜 나라인 것은 매한가지다. 부모가 자식을 양육하여야지 친척에게 맡긴다는 것도 좀 그렇다... 물론 우리가 어린 1학년짜리 조카를 우리집에서 학교를 다니게 한 적은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돌본 기간이다. 내가 해주는 것과 해달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 흠...
이 나라의 학교가 들인 노력과 재원에 비하여 너무 고되고 치열한 경쟁 속에 치러지는 구도라, 같은 돈을 들여 더 양질의 교육을 받지 싶은 마음이 왜 안들까... 게다가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다른 땅에서, 좋은 선생님들의 유형을 이미 많이 보고난 뒤라, 내 눈에 그리 훌륭해보이는 교사들을 많이 발견하지는 못했다. 담임교사에게 시달리는 아이들을 내가 얼마나 많이 아는지 모른다!! 한 해동안 내 자식과 마찬가지로 애정을 가지고 이뻐하며 길러야 하는 소명을 가진 분들이, 정작 가장 괴롭히는 존재가 되어 있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보는지 모르실거다... ㅠ 오죽하였으면 지금도 만약에 암행어사 제도가 있다면 학교의 교사 답지 못한 교사들을 그 자리에서 당장 교문을 걸어나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최소한의 자신의 일도 안하시는 이들도 그리 많으시다. 휴...물론 언제나 양면성은 있는거니까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이 묵묵히 사랑을 가득 담고 자기자식 만큼 제자에게 훈육을 게을리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으실거다. 내가 직접 뵙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하지만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어린 자녀를 부모 슬하에서 떼어내 다른 나라로 보내시는 것은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셔야 할 것 같다... 미국에서 그 곳에 살며 유학 오는 학생들을 많이 지켜본 바로, 만약에 내게 묻는다면 나는 부모와 자식은 함께 한 지붕 아래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을 것 같다. 부모자식이 한 지붕 아래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기간도 가만 생각해보면 지극히 한정적이다. 그런데 그 시절을 함께 공유하지 않고, 내 복으로 주어진 그 복된 기간을 누리지 않고, 어린 시절에 내 품에서 떼어 다른 나라로 그리 떼내어 보내버린다면, 너무 아깝다!!!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살면, 자녀의 성장기에 마땅히 일러주어야할 가치관이나 서로의 생각이나 이런 부분을 전혀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이 값을 나중에 치르는 모습을 정말 많이 지켜보았다. 누구와의 사이도 그러하지만, 특히 부모와 자식도 지지고 볶고 하면서 정이 들고 서로를 알아가는 것일수도 있는데, 어린 시절에 보내버리면 점차 자식은 손님처럼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는 것이다. 사람이 나빠서도 좋아서도 아니고, 그냥 누구라도 그렇다!
경우야 약간 다르겠지만, 남편은 고교시절부터 서울로 유학을 나가, 방학에만 집으로 귀가하는 그 시절의 유학생이었는데(지금 유학생의 거리는 상당히 길어진 것이다.^^), 고1부터 아들을 떼어낸 이후로 내내 객지생활을 한 장남을 시어머니는 늘 어려워하셨다. 그래서 갓 신혼시절에도 아들에게 무언가 할 말이 있으시면, 남이다가 이제 막 가족이 된 며느리인데도 내게 말을 하셔 당신의 장남에게 말해달라고 하셔 그 시절에는 참 이상하게 보였던 기억이 난다. 어머니도 자식이 어려우셨던거다!! 함께 공유한 시간들이 적어서 그런지 어떤지 내내 그러셨다.
사는 곳이 연구단지이다보니 단위면적당 미국이나 해외에서 공부하고 온 구성원이 상당히 많은 동네다. 딱 지금이야 오히려 그 시절의 그런 부류가 이 곳에 오는 것 같지는 않다.ㅠ 왔다가는 다시 외국으로 다시 떠나가는 젊은이들을 보는 것은 입맛이 쓰다...
젊은 날에 유학시절을 거친 사람들이 윗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그 곳 유학지에서 태어난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이 아이들이 초등학교의 한 4학년쯤이 되면 슬슬 바람이 들어가다가.... 아빠들이 한 해 동안의 SEP이나 안식년을 기하여 가족들과 함께 한 해쯤 나간다 하면 그 다음이 보인다. 데리고 간 그 자녀들이 외국의 학교생활을 체험해버리고 나면 그 1년이 끝날 때쯤 이국에서의 전쟁이 시작된다. 아이들이 자신들을 거기다 그냥 두고 부모님만 귀국하시란거다. 허 참... ㅠㅠ 어떠했으면 아이들이 그 만리타국에서 혼자 남는다는건가 말이다!!!... ㅠ
다행히 부모가 이겨서 자식을 무사히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와도, 한국생활이 편치가 않다. 아이는 매일 하교하여 울음으로 호소하고 부모는 괴로워하다가... 한 해가 지나가기 전에 자식을 위한 인생을 열어준다며 아이는 다시 초등 5학년이나 6학년으로 그 외국으로 되돌아간다.... 심지어 3학년 4학년인데도 떼어보내는 경우도 봤다...
이런 유형이 너무도 많아서 놀라운 일들도 아니다.
이제 시간이 흘렀으므로 그 결과도 보이는 즈음이다. 일단 아이를 미국으로 되돌려보내는 순간, 그 부모들은 그 부모들에게 대단한 유산을 상속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그 한 아이를 뒷바라지 하느라 다른 가족들의 고충이 시작된다. 부모는 제대로 돈이란걸 써보지도 못하고 송금이 시작된다. ... 시간이 더 흐르고... 유학을 다시 가 그 혜택을 받는 아이가, 그러면 가족들에게 감사해 하느냐 하면 자신이 혼자 외롭게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고 자기도 힘들었다고 화를 낸단다.... "어린 시절에 그렇게 울며 불며 보내달라던 때는 언제고..." 그 엄마의 말이다. 그 말을 그 엄마가 할 때, 사실 나도 막 그 말이 입에서 나가려 할 뻔 했다. 아이가 어리던 당시에 고민을 많이 하던 그녀를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데... 그리 보내달라던 때는 언제고...
물론, 그 아이 말도 맞을 것이다. 혼자 어린 나이에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 것인가? 가족이 함께 있으며 보호막도 울타리도 없는 느낌으로 혼자 황량한 들판에서 혼자 뚫고나온 것 같겠지! 미국학교는 초중고교가 귀가하는 시각이 3시45분, 3시, 2시30분이다. 수업 종치는 시각이 아니라 스쿨버스가 움직이는 시간을 대충 써본 시각이다. 해가 훤하게 있는 시각부터 스쿨버스를 타고 귀가하여 그 나머지 시간들을 그런 아이들이 어떻게 보낼 것인가의 부분에 가면 ...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여하튼 이렇게 어린 자녀들을 외국으로 보낸 엄마들은 "내가 겉으로는 멀쩡해보여도 내 가슴 속을 열어보인다면 숯검뎅같을 거"라고 말들을 했다. 가장 고뇌스러운 부분은 홈스테이란다! 아이가 집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홈스테이하는 가정들의 유형과 면면을 알려주는데 나는 기절하는 줄 알았다... 자기 자식을 기르는데도 쉽지가 않은데 남한테 무얼 기대하시는가... 사실 그렇지 않은가... 이미 익히 알던 사이도 아니고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면서 내 귀한 아이를 어떻게 남의 말만 듣고 그리 용감하게 날려보내는 거지?? 홈스테이의 여러 유형을 거치며 아이는 피폐해져가고 부모의 마음 속은 숯검뎅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초등4학년에 아이가 그리 원한다며 외국으로 홀로 가서,.... 이런 저런 시절들을 보내고 아이가 대학을 그 나라에서 가고.... 그리하여 만난 자식들은 사고방식이 그 나라화되어 서로 이해못할 해프닝들이 생긴다는 것! 그렇게 하소연하던 아이들을 정작 만나보면, 여전히 그 아이들은 어릴 적에 내가 보던 그 기질들이 보여 이쁘지만... 부모들은 속으로 그리 struggle하는 시간을 보내온 것이다. 한 마디로 부모는 번 돈의 대부분을 자녀에게 쏟아붓고, 노후준비도 착실하게 하질 못하고 시간은 한참 흘러 있는 것. 솔직히 요즘 세상에 스티브잡스과가 아니고야 대학을 나온다고 하여도 어느 나라든 불경기이고 대학을 나왔다고 고액연봉을 받아 척척 그럴 수 있는 아이들이 몇%나 될까... 그 자식이 자라 내 노후를 책임져주겠지 하는 것도 인생의 시절들을 생각해본다면 어느 세월에?? ㅎㅎ 이리 저리 하여도 그 신부님 정말 전 인생의 흐름을 정말이지 잘 간파하셨다.^^ <사는 맛 사는 멋>을 쓰신 황창연 신부님 말이다.^^ 읽으면서 정말 웃는다.ㅎㅎ 언젠가 그 신부님이 하신다는 생태마을에 꼭 가보리라.
어린 자식을 품에서 떼내어 보내지 마시라!
그 날 부터 맘고생이 시작되는 날이니.
이거 너무 심했나??
'어린'을 주의해서 보시길!! 뭐 만 19살이 되는 성년 즈음이면 오히려 멀리 떠나보내시라. 한국학제로 한다면 대학생이 되면서 멀리 떼내어 보내도 되는. 이미 부모와 자식 간에 애틋한 정도 다 들어있고, 서로의 가치관이나 생각법도 서로 전수가 되었으니...^^
고생해본 자식이 더 효자가 된다. 너무 받들어 키운 자식은 절대로 자기몸 고달프고 내 시간을 내어주고 내 주머니에서 내가 쓸 돈을 양보하여 부모에게 주는 그런 희생(??)을 못한다. 태생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아가 고생을 해보고, 하면서 철이 나고 심성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
자식이 성년이 되고, 대학 쯤에 품을 떠나는 것은 오히려 권장할 만 한 것 같다. 말그대로 성년이니 그 때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며 인생의 길을 나아가게 하는 것은 덜 의존적인 자식으로 길러내는 것도 같으니.
자식이 귀하고 소중하여 내내 해줘 버릇을 하면 그 '정신적인 이유기'를 놓치는 부모들도 상당수다. 이 시기를 놓치면 자식의 결혼도 자립도 다 부모의 손을 빌어 하는 자식들이 얼마나 많은지... 황상연 신부님의 <사는 맛 사는 멋>이란 책을 자녀들이 어릴 때, 미리 한 번 꼭 보시길 바란다. 인생의 그 다음 자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거기 사례연구가 정말 많다. 그 사례들을 읽으며 누구의 잘못인가 생각해보았더니 오히려 그것은 아무 것도 모르는 자식의 잘못이 아니라, 제 때 떼어내지 못한 부모의 잘못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무조건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다 퍼주고 싶은 마음에, 절제하지 못하여 결국 자식이 스스로 설 기회를 박탈해버려 자신의 생을 독립적으로 나아가는 도정을 방해해버린 것은 아닌가... 그 시기에 무엇이든 많이 해주면 다 좋을 것 같고 자식의 미소를 보지만, 그 다음 단계로 가면, 그렇게 길들여진 자식, 이제 자식의 요구가 시작되고 노인이 된 부모들이 당하는 꼴이 참 ... 멀리갈 것도 없이 주변에 부지기수로 본다. 우리 또래 누나들을 만나면 그런 남동생이나 오빠 하나쯤 가지지 않은 가정이 없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그리 하셨다.
무어든 농사도 그렇듯이 자식의 교육도 때 맞춰 씨를 뿌리는 과정부터 농사짓기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물론 제대로 농사도 지어보질 못한 이가 이리 말하면 주제넘지만 말이다. 틱낫한 스님은 그 바쁜 와중에 야채밭을 가꾸시는 모양인데, 어떤 이가 "스님은 그 시간에 그런 하찮은 일은 하지 마시고 그 시간에 차라리 시나 글을 쓰시라" 했더니, "내가 이 밭 가꾸기를 하지 않으면 글도 나오질 않는답니다." 하셨다고. 그 말씀이 무슨 말씀이신지... 그저 꽃화분 몇 개를 길러보아도 알겠다!
마침 어린 아이를 미국에 보내놓고 조언을 부탁하셔, 며칠이 지나도록 아직 답장도 못쓰고 이런 전체적인 개요나 말하고 있네. 나는 "이제 겨우 한 해도 안되었으니 그 경험을 감사히 여기게 하고, 얼른 당장에 이 학기가 끝나는대로 부모 슬하로 돌아오게 하라"고 말하겠다. 하지만 안들을 것이다... 자신은 아끼지 않고 그저 뒷바라지를 할테니 거기서 공부를 잘하고 직장을 잘 잡아 자기만 잘 살면 된다고 큰 욕심은 없다고.... 어찌 하면 이렇게 무조건적인 말이 나오는가... 이를 어쩌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작품 제목이 생각나는구나...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사는 정과 관계'가 정말이지 중요하고, 성장기에는 할 수만 있다면 그 기회를 백 번 활용하여 서로를 누리고, 따뜻한 사랑을 듬뿍 주고 받은 아이들이 결국에는 정서안정에다 속이 굳건하게 꽉 차, 나중에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저력이 생기는 것이라는 생각만 자꾸 든다....
하지만 뭐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고 결국은 자기가 가장 원하는 대로 결정을 내리고 행하는 것이겠지.
최근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