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세상 사는 이야기

우리 아파트가 재활용을 하는 날이라, 이른 아침에 재활용할 것들을 들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 한 번에 다녀오려 뭉치는 세 개쯤 되었는데...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거기에 한 정장 입은 신사가 서 있다. 내가 세 뭉치를 가지고 타려는 것은 누가 봐도 짐작이 되는 일인데 뻣뻣하게 그냥 서 계신다...
잠시 문을 눌러달라 부탁하자 그제야 문열림 부분을 누르고...

1층에 닿아 나가려는데....마침 비서로 보이는 이가 1층 엘리베이터 문앞에 섰다가 이 신사의 얇은 가방을 얼른 받아든다. 뚝뚝한 표정으로 내 짐을 건너 나가더니...나는 혼자 낑낑하며 한 발로는 문을 누르고 짐을 여전히 내리고 있는데...그 신사가 다시 온다. ㅎㅎ 혼자속으로 그리 생각했다. '그래도 신사는 맞나보네. 도와주러 오나봐...'
왠걸...내가 내리는 짐을 얼른 내리라더니...집에 무언가를 놓고온게 있어 도로 타려는거였다.ㅎㅎ

슬그머니 무슨 저런~~ 드라마 <마이걸>이던가?
거기 이다해가 자주 하던 액센트로 "저~~런~~"

그때부터는 호기심이 발동해서 '도대체 저 사람이 누군가?' 내리는 층을 유심히 봤다. 15층?? 내 대학선배의 남편이다. 우리 남편과도 한 연구소에 근무한... 이전에 그러고보니 연구소의 관사에서도 한 동에 살았었다....두 번째 미국행 바로 직전에...

짐을 드디어 재활용터에 내놓고 둘러보니 그 신사는 아직 내려오지 않았고, 그의 기사가 여전히 조아리고 섰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저 분 지금도 *******에 근무하시는지요?" 그랬더니,
"지금은 거길 나오셔 **에 근무하십니다." 기립자세로 말한다.
"거긴 뭐하는덴데요?"
"군수물자, 무기를 만드는 곳입니다."
"아! 그래요!" 그러고 올라오는데...입맛이 쓰다.
무기를 만드는 곳이니 배려는 필요없는 곳인가??

한국남자들이 너무 배려가 없고 뚝뚝하고 가부장적이라며, 미국서 공부하는 우리막내들을 보기만 하시면 우리 어머니는 미국사람을 신랑으로 찾으라 하신다나? 우리 모르게 자주도 그러신단다...엥?? 나는 내 어머니가 그러신지 얼마전에야 알았다!!
"우리는 늘 그냥 동족을 남편으로 찾으라고 주문을 넣고 있는데....무슨...!!" 그래 왔다. '사람나름이지...'하면서....
한국청년 중에도 배려깊고 속깊은 청년은 반드시 있을거라 철썩같이 믿으면서...각 각 딱 한 명만 있음 되는데 뭘....단 한명이 없겠어?? 이러면서...^^

가만!! 지난 10년의 한국살이를 생각해보니....가만~~ 아직 별로 탐나는 아이들의 신랑감을 본 적이 없다!! 이를 어쩌나~~
시간이 흐르면서 내 맘도 자꾸 변하여 이즈음은 많이 달라져 있다. 자신들이 서로 사랑하는 사람, 우리가 보기에 좋아보이는(부모면 그냥 알지않겠는가?!) 청년이면 되지 않을까?!^^...

아까 그런 시츄에이션에 내 남편은 어떠했을까 생각해봤다.
아마도 뭉치가 세개는 되니 자기가 남자니, 둘 쯤은 번쩍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밖으로 내려놓는 정도는 하였을 것이다. 그렇게 낑낑거리는 이웃을 나몰라라 그러진 않았을거다...
그건 안다!!

언젠가 운전을 하고 가다가 차량통행이 꽤 많은 사거리 대로변 딱 한 중간에 술을 무지막지 먹은 한 노인이 털퍼덕 주저앉아 있었다. 사람들은 깜짝깜짝 놀라면서도 다 피해서 갈 뿐 누구도 그 노인을 어쩌지를 않았다...한 2분 정도 달리더니 차를 도로변에 대어놓고 달려간다. "그대로 두면 저 노인이 생명이 위험하겠어. 해도 지는데..."
그 노인을 도로 가로 부축하여 나오시게 하고 얼른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드릴테니 전화번호를 말하라 하여도 노인은 고개만 흔들 뿐,,,
"연락처를 보기위해 실례하겠습니다." 하더니, 주민등록증 하나 달랑 있고...텅텅 빈 지갑을 본 남편은...
결국 남편은 경찰에 연락해놓고 자신의 지갑에 있는 현금을 탈탈 털어 그 노인의 지갑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경찰이 와서 그 노인을 모셔갈때까지 기다렸다 길을 다시 갔다.


그날은 연말 모임이라 우리 둘다 모처럼 성장을 하고 나선 날이었다. 노인은 술취하고 역한 냄새를 뿌리는데 아랑곳을 않고 그 노인을 안고 부축하는 남편을 보며 내가 참 사람 하나는 잘 보았다 란 생각을 했었다...그 날 그 때, 내내 나 몰라라 하던 노인이 막 헤어지려는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나는 그 순간, 예수님의 미소를 본 것만 같아 가슴이 다 두근거렸었다. 그 노인의 미소!! 지금도 기억이 난다.......

나는 딸들이 심성이 아빠같은 사위만 찾아오면 된다고 말하곤 한다.

미국 남자들?
당연히 엘리베이터 안에 여자가 짐을 세 개나 들고 낑낑하면...당연히 "May I help you?" 한다!!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어디를 가든 내 손으로 문을 밀고 들어간 적이 없다. 늘 누군가 멀치감치서도 달려와 문을 열고 기다려 주었다. 나는 밖에만 나가면 늘 웃고 다녔다. 아니 문을 그리 달려와서까지 열어주는데 내가 미소띄며 감사하다 말하지않을 도리가 있겠는가?!...

동문회를 통 못가보았는데...나는 이제 그 선배를 보면...선배가 좀 더 편하게 해준다면 오늘의 일을 농담처럼 이야기하겠지...어찌 남자가 그럴 수가 있냐고 말이다.

이 글을 아마도 첫째가 본다면 이럴거다.
"아이쿠 참~~ 엄마는 '남자가 이래야 한다'는 로망을 깨세요!! 학교서 얼마나 어화둥둥 내사랑.. 엄마의 치마폭에 싸여, 나만 아는 남자들이 얼~~마나 많은데...바랄 걸 바라셔야지요!!" 이럴거다. 아마도!^^


이 아이가 언젠가 일로 나와 함께 내 모교를 갔다가, 길 묻는 우리에게 주차장까지 먼발치서 에스코트하듯 배려있게 길알림을 해준 두 청년을 보고는... 감탄에 또 감탄!! "나 이 학교 올걸 그랬어!! 남자가 저러니 인물을 떠나 얼마나 멋져!! 우리 학교엔 저런 남자들 없어."


어찌 된 일인가 하면, 그 청년들 길을 알려주고는 나중에 가만 보니 저~ 뒤 먼발치에서 같은 곳을 오고 있다.
그래서 궁금하여 내가 물었다.
"아니? 같은 곳을 가는데 같이 가면 될 것을 왜 그렇게 먼발치에서?" 그랬더니
이 청년들 대답, "숙녀분들께서 시커먼 녀석 둘이가 괜히 가까이 따라붙어 이 컴컴한 주차장을 가시면 혹시라도 불안해 하실까봐... 잘 가고 계신지 살펴보며 왔습니다. 길이 생각보다 복잡하여 혹시 다른 곳으로 가시면 다시 알려드리고...아! 저희도 여기를 지나서 가도 되는 길이었습니다.^^"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청년들 외모가 그리 장대하거나 꽃미남도 아니고 평범한 외모였는데, 속깊은 배려에 나도 순간 얼마나 잘생겨보이던지 말이다!!^^


아들 키우시는 분들, 부디 씩씩하게 남자답게 배려깊은 사람으로 좀 ...부탁드린다...^^

덧글

  • 소년 아 2012/05/04 14:51 # 답글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배려가 얼마나 고마운지요. 저도 그렇게 습관처럼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글 고맙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ㅅ^
  • ㅁㅁㅁ 2012/05/04 20:35 # 답글

    http://blog.naver.com/dnjem9rmq?Redirect=Log&logNo=10115504077
    만면 이런 글도 있는거 보면 뭐 미국 한국의 문제라기보단 걍 주변사람의 문제 아닐까 싶기도 하네용..

    뭐 한국이라 어떻다 미국이라 어떻다 이러는건 너무 편견돋지 않나여
  • Moment 2012/07/10 02:49 # 삭제 답글

    bias돋넹 ㅇㅇ
    그럼 한중일 여자들은 서구권 여성들에 비해 특정 브랜드 선호현상이 심하니 죄다 된장인가요?

    문화권이 달라서 생기는 현상을 사람 인성 문제로 치환하시면 곤란하죠.
  • GG 2012/07/10 17:40 # 삭제

    이사람 한글 독해력 쩐다 ㅋㅋ 글 다 끝까지 읽어보지도 않았나..
    글 끝까지 안 읽어보고 자신의 편견으로 치환하시는 것 역시 곤란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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