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산부인과 병동 ; Chocolate 향 세상 사는 이야기


맏이는 콩알만해도 엄마눈엔 큰 아이로 보인다.
아이 출산하러가서 병원에 입원중에 남편과 첫째가 병실에 문병을 왔다.
체크업 받으러 갔다가 졸지에 바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니, 유학생남편은, 4살된 딸 데리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부녀가 나타났는데, 완전 심봉사 부녀같다. 꾀죄죄~
아빠손은 엄마손만큼 섬세하고 유연하질 못해서, 머리를 묶였다는 게 완전 주르르 빠지고 꼬질꼬질하다. 엄마손이 빠진 표가 단박에 난다!!
그런데, 아가들 태어나고나니, 갑자기 맏이가 성큼 큰 아이로 보인다. 무슨 이런 착시효과가...
한달간 졸지에 병원에 입원하니, 딱히 위급한 건 없으나,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입원을 시켜놓았으니, 어슬렁 어슬렁 미국병실을 구경다닌다.

산부인과 병동은 참 특이하다.
병원이란 곳이 대체로 아프고 죽고 나아서 나가고 그런 곳인건데, 산부인과는 독특한 활기와 생명의 기운이 흐른다.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곳이라 그런가보다.
사실 아이를 출산하기 전까지, 어떻게 보면 가장 편한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하는 일 없이 시간 맞춰나오는 밥먹고. 사실 이 밥 부분은 괴로웠다. 서양식이 익숙치도 않은데다가, 무언가 스멀스멀 비위에 맞지않는 냄새가 나는데, 곧 태어날 아가를 위해, 산모가 안먹을 수도 없고, 음식은 역하고, 철없던 시절이니 안먹고 식판을 내려보내니, 아마도 그 식판을 검사하는 사람도 있는지, 주치의와 영양사가 달려올라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그럼 네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뭔데? 그걸 만들어줄께 한다. 나온 음식 중 그나마 참치 샌드위치는 먹겠다 했더니, 그야말로 끼니마다 참치 샌드위치를 먹었다!! 요즘 나는 참치는 잘 안먹는다. ...^^

드디어 아가들이 태어나고, 지도교수님이 시키시더란다. 아이가 태어나면 남편이 캔디나, 초콜릿을 사서 의사, 간호사, 산모의 방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먹을 수있게 두는거라고!! 유학생 살림에 그래도 기쁘게 이쁜 초콜릿을 듬뿍 사다가 두니, 정말 한 개씩 덕담을 하면서 가져간다.
퇴원 전날엔, 이제 새로 부모가 된 커플을 위하여, 미리 식단을 청하라하더니, 쇠고기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중 택일, 촛불을 밝히고 와인을 곁들인 한 상이 로맨틱하게 차려져나왔다. 아! 그날도 사진을 빠뜨렸다. 에고에고...
아가방 투명침대에 뉘어놓은 아가들이 백인 흑인 사이에서 완전 이국적이던데!^^

아기들 출산하고, 2인이 머무르는 병실에 있노라니, 완전 미국인 산모들 천하장사다. 나는 아이를 출산하자 바로 기진맥진하고 덜덜 떨고-몸에 바람들어서-, 그러는데, 옆자리 미국인 산모는 애낳은 직후, 얼음을 으드득 드드득 깨부셔 먹고,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킨다.
어디, 그 뿐인가!! 아침 되니, 조깅간다!! 대단~~하다~~!!

한국에서 부모님들, 산후조리가 너무 중요하다고 절대로 목욕 함부로 하면 안된다고, 목욕하고 바람 들어가면 산후풍 생긴다고 목욕하지 말란 엄명을 받고, 목욕 안하고 버티다가, 이틀 내내 미국인 간호사가 갈아입을 옷 들고 따라다닌다. "너 아직도 샤워 안했니?"
미역국 먹어야 된다고, 병원으로 미역국 실어다 주시는 지인들 덕에, 병원음식 안먹고 시커먼 수프를 먹지를 않나, 거기다 샤워까지 안하는 이상한 산모?? 저 간호사눈엔 내가 저 아프리카 쯤에서 온 야만인으로 보이지않을까? 살짝 의구심이 들어, 나라망신 시킬수는 없다! 에구구~ 에라 모르겠다 하고, 목욕을 했다! 시~~원~하긴하다!! 개운하다!!
옷 갈아입고 샤워실을 나오는데, 무언가 바람이 슈웅~ 들어오는데 완전 뼈사이사이로 마디마디로 바람이 슈웅~들어오는 게 실감나게 느껴진다. 에구구~ 그 날 이후로 나는 계단도 못오르고 무릎쑤시고, 노인도 아닌데, 일기예보관이 되었다. 날씨 완전 화창한데 "비오겠어요!" 하면 그 맑던 하늘이 10분뒤에 우르르쾅쾅 비내리고 그랬다. 아기 출산하고 정말 몸조리 잘해야한다.
미국산모, 아가 출산후 바로 얼음물 먹고 죠깅하고 ...천하장사가 따로 없다.
인종이 달라, 체질이 다른가??

지금도 나는 누군가 아기출산 했다하면, 그 평화롭고 고즈넉하고, 한 밤 텅빈 복도조차도 따뜻하고 훈훈하던, 달콤한 캔디냄새와 초콜릿 향이 퍼지던 Saint Francis Hospital이 떠오른다.

덥다싶은 여름날 병원에 들어갔는데, 가을에 퇴원해 집으로 간다. 차 뒷창께에 받은 꽃들이 가득하고, 그 꽃을 배경으로 baby seat에 누운 갓난아기 쌍둥이가 그림처럼 떠오른다. 스치는 창밖으로 Connecticut의 키 큰 가로수들이 오렌지빛으로 변하고. 가을이 성큼 와있었다.
그나저나 현재 한국도 아기 출산하면 정말로 새로이 부모된 젊은 커플한테 와인에 촛불켜고 상차려주나 모르겠다. 뭐든 다 들어와있으니 말이다.^^

아, 참고로 미국에서는, 아기 퇴원시킬때 car seat이 없으면 퇴원 안시켜준다.
그리고, 동생이 들고온 선물이라고 미리 인형이나 큰 아이가 좋아하는 장남감을 준비해서 동생이 들고온 선물이라고 큰 아이에게 주는 풍습도 있다. 형제간의 우애를 위한 부모들의 trick!!커다란 곰인형과 장난감을, 내 조각가친구 Ida가 들고왔었다. 이 곰인형 받은 우리 첫째, 입이 함박만큼 벌어졌었다.^^동생들이 들고온 선물이라고.^^"근데 아가들이 어떻게 들고 왔지?" 자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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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오크 : 조각가 Eda; 좋은 친구/ 좋은 남편 2011-09-19 17:13:21 #

    ... 남아있다...쌍둥이 동생들이 태어났을땐, 원래 동생들이 들고온 선물을 큰 아이한테 주는 거라시며, "동생들이 주는 일종의 뇌물?^^" 이라며 눈을 찡긋하시곤, 커다란 곰인형 두 마리와 장난감을 들고 병원에 오셨었다. 커다란 곰인형선물을 받은 첫째는, 저 어린 동생들이 어떻게??저걸 들고왔냐고 궁금해 묻곤 하였다.ㅎㅎㅎ 아이들의 탄생 ... more

덧글

  • okmongsil 2011/04/05 20:49 # 답글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아빠와 첫째 딸 이야기 하하하. 둘 사이에 좋은 추억이 남겠네요. 출산 축하드립니다. :D
  • 그린오크 2011/04/05 21:33 #

    네~ 하하^^
    글을 쓰다보면 시제가 참 힘들고, 매사 과거형으로 쓰니 답답하고...그래서 막 시공을 왔다갔다 했지요!!^^
    그 쌍둥이가 커서 대학생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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