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카시아 한 그루... 세상 사는 이야기

몇 년 전에, 꽃집에서 알로카시아 큰 나무 한 그루를 골라 집으로 왔습니다. 식물원 주인은 얼핏 보기에 인상이 좋은 젊은 가장이었는데, 제법 친절하기도 하고 식물에 대한 상식을 많이 알고있는 듯 보여, 앞으로 이 꽃집을 단골로 하여 꽃 가꾸는 자문을 받으리라 생각했댔습니다.

꽃집에서는 흐드러지게 커다란 싱그러운 나뭇잎을 드리워 한 눈에 반하여 데려왔는데, 집으로 와서는 이상하게 나무의 둥치가 자꾸 좁아지고, 그렇게 탐스럽던 잎은 점점 크기가 작아지고 눈에 띄게 가늘어진 둥치와 작은 잎들로 염려가 되어 화원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럴 때가 된 계절이라고...염려 마시라고 하여, 공을 들여 물도 주고 영양제를 주고 하여도 나무는 늘 비실비실....

이 겨울을 지나고는, 더구나 볼품도 생기도 없어져 기진맥진... 그래도 죽지는 않고 간신히 가는 잎을 하나 올리고는 ....수명이 다하였는가 하여 속이 상하고, 갖다 버릴까 하고 나무 둥치를 그저 조금 잡아 빼 보았더니, 쉽게 쑥 빠져버립니다. 너무도 쉽게... 나무의 키에 맞추어, 길이가 1m도 넘는 길고 좋은 화분에 뿌리를 잡으라고 넣어준 건데, 4년 가까이 자란 나무치고는 너무 쉽게 빠진다하고... 뿌리를 들여다본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나무는 뿌리가 그 덩치만큼 있었던 나무가 아니라, 밑둥을 싹둑 자른 ...그래서 겉만 무성하고 뿌리는 원천적으로 있지도 않았던 나무였습니다. 그저 우리집에 온 이후로 간신히 눈물겹게 생존본능으로 가느다랗고 기다랗게 내린 뿌리 몇 조각으로 몇 년간 연명을 해왔다는 것을 한 눈에도 알아볼 수가 있더군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식이 구석구석 너무도 많이 보여 이제쯤엔 한국에 정이 다 떨어지려는 즈음인데...완전히 기가 막혀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그 나무가 처음 내가 볼 때 잎이 싱싱하고 무성하였다는 것은, 그만큼 뿌리깊은 나무였다는 말인데, 화분을 골라 심어줄 때에 어디론가 들고 들어가더니...밑둥을 싹둑 잘라 심은 그 손길이 너무나 못된 사람이라...말없는 식물이라고 그리 밑둥을 싹둑 잘라내어 크고 좋은 화분에 번듯히 심어보낸 손길에 질리는 마음이 되어있습니다.......밑둥을 싹둑 자른 손길을 한 대 탁 때려주고싶은 미운 어른입니다.
이즈음엔, 겉으로 보는 인상만으로는 도무지 사람의 속을 잘 모르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화분안의 흙만으로 4~5년동안, 자신의 최대치로 그래도 뿌리 서너 줄기라도 내렸으니, 이만큼이라도 살아남았으니, 대지의 기운을 받고 그 생명력으로 살아보라고 제법 햇볕도 잘들고 흙도 좋아보이는 곳에 다른 나무들이랑 친구하여 살아내 보라고 아파트 뜰에 며칠 전 심어놓고 온 참입니다.... 다시 계절이 바뀌고 추위가 올 때쯤이 되면 경비아저씨에게 부탁하여 화분으로 옮겨심어달라 부탁을 드리구요......알로카시아는 더운 지방에 사는 나무이니...이제는 열린 계절이 되니, 몇 달 대지의 기운을 받아 충전하여 원래 내가 보던 때처럼 무성하고 튼실한 잎을 드리우며 뿌리깊은 나무로 살아남기를 바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옮겨 심은지 며칠이 지났는데, 방금 천둥번개가 번쩍번쩍 치고 비가 시원하게 내려붓습니다.
아마도 옮겨심은 그 나무가 회생하기 좋게 내리는 비인가 하여 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주변의 나무들과 더불어 뿌리가 튼실하게 내리길...

생명은 어찌 이리 애잔하고 이쁜가 모르겠습니다.
나는 그 밑둥을 싹둑 자른 그 미운 손길에 며칠간 할 말을 잃었더랬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묄새...하는 글도 있는데, 뿌리도 없이 몇 해를 살아남느라 애쓴 그 알로카시아의 눈물겨운 생존작전에 경의를 표하며...그 나쁜 마음을 생각하면.......어떤 일을 하든 좀 정직하게 덕을 쌓으며 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지.......?
누가 보아도 부끄럽지않게 최선을 다하여 일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미국에 살며, 내 나라가 아닌 나라에 살아도 이렇게 속이는 손길을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해봐도, 기억에 없습니다!!.......

다시 충전을 해야할 때가 정말로 되었습니다.......


좋은 주말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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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오크 : 파란만장 알로카시아 2011-09-03 15:52:53 #

    ... 로카시아에 얹어 주었다. 나무에 영양도 주고 벌레들은 싫어해서 자연방제가 되는 효과가 있다한다. 그리보아 그런지 나무가 다시 새잎을 빼꼼히 내 놓는다. 이쁘다!! 이 알로카시아를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밑둥치도 자신을 기르던 주인 손에 한 번 인정사정없이 짤리고, 4년을 넘게 버텨내다가, 쓰레기통으로 갈 뻔 한 걸, 간신히 아파트 뜰에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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