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일주일을 다녀왔다는 그녀는 말했다. "미국교육도 별로더라구요! 교육이 엉망이었어요!!" 단정적으로 확신에 차서 말하는 그녀를 보며 무슨 말을 해야할지.....아이를 여름캠프에 일주일 체험시켜본 후 하는 말이다..휴~
이상하게 미국에 오래오래 산 사람들은 말하기를 조심하는데, 간단한 여행으로 혹은 한 해 정도 체험하고온 사람들이 가장 편견에 사로잡혀 말하는 걸 보면 난처하기 짝이 없는 마음이 되곤한다...
어제도 그랬다. 미국에 가서 산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한국유학생들을 다 형편없이 방탕하고 ... 직접적인 표현으로... 매도하는 말을 했다.
우리가 살던 Bel Air에 한국인 가족이 다섯 가정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같은 마을에 살아도 제각각 '다른' 미국을 살고 있구나!! ...
미국은 너무도 넓고 큰 나라라, 한겨울에 눈이 펑펑 오는 걸 보면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만 가면, 더워서 얼음물이 절로 생각나는 땅에 닿는다. 거기서 더워하며 일주일을 머무르다가 다시 올라오니, 공항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눈에 파묻혀있어, 얼어붙은 차의 문을 간신히 열어서 삽부터 꺼내어 차의 유리창을 긁어내고야 간신히 시야가 틔어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었다...그 날 미국이 참 넓긴 넓구나!! 했다.
동시에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나라!!
방금 떠나온 플로리다에서 우리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더워하다가 올라왔는데, 내리자 오리털 파커부터 껴입어야했으니 말이다.
땅만 이리 넓은 게 아니라 미국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밖에 안되어 나는 미국 자체에 관한 말은 별로 안하는 편이다. 한 동네에 살아도 가치관이나 가족구성원이나 직업이나 ..에 따라 다 다른 미국에서의 시간들이 채워지니까 어떻게 일률적으로 말 할 수 있겠는가!!...한 동네에 사는 다섯 가족도 삶의 스타일이 그리도 다 달랐는데...
그런데 미국에 유학 온 학생들은 거의 다가 방탕하고 머리가 빈 학생들이라고 단정짓는 그녀의 말투에.. 우려가 들었다.
물론 그녀가 묘사한 그런 생활을 하는 유학생도 있겠으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어느나라 어느 땅에도 존재한다. 그 사람들이 한국인 유학생이어서가 아니라, 그곳이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이고 가치관인 것인데, 함부로 유학생들을 매도하는 그녀의 단정적인 어투에 심히 염려가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나 또한 행여나~ 하는 기우는 있었다.
대학의 기숙사생활이 인생 중 가장 혈기왕성한 젊은 날들이니, 얼마나 시끄럽고 방만할까 생각하였는데, 지난 겨울에 가서 머물러보고는 미국 대학생들을 다시 새롭게 보게된 계기가 오히려 되었다.
룸메이트인 Jen과 Channing을 한지붕 아래서 지켜보며 미국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 되었다. 얼마나 생활자체가 매력적인지 ...얼마나 부지런한지!!...얼마나 건강한 생활패턴인지...금발머리에 파란눈 아가씨들이 얼마나 더 이뻐보이던지....
Jen는 올 해 졸업을 하고 뉴욕의 Culinary College를 가기로 되어있다 했다.
내가 가서 있을 때 보니, 그 바쁜 공부 중에도 견과류를 잔뜩 넣은 건강바를 만들어 먹어보라고 들고오기도 해,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짐작되었다. 알고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요리학교를 가려했는데, 부모님께서 반드시 좋은 대학교육을 받고 자기 길로 그 때도 원하면 들어서라 권하셨다 한다. 이탈리아어를 부전공으로 삼고, 교환으로 두 학기와 매 여름학기를 이탈리아 플로렌스(피렌체)로 교환학생으로 가서, 이탈리아요리와 언어를 섭렵한 모양이다. 대학생활 중, 졸업 전에 말이다.
내 짐작에 부모생각에는 '얘가 대학 들어가면 그 생각은 한 때 했던 생각이고, 저러다 말겠지' 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그런데 그 꿈을 4년 내내 유지하다가, 그 밑작업을 하고 -이탈리아에서의 공부기간- 드디어 자기 꿈을 향해서 떠나는 것이다.
이 아이 Jen은 아침마다 새벽 5시면 비가오나 바람부나 찰칵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죠깅하러 나가는 소리다. 나는 시차때문인지 새벽 4시면 영락없이 깨어나곤 했다. 기숙사는 4명의 학생들이 방4개와 거실, 부엌 화장실 욕실을 갖춘 아파트모양으로 생긴 형태다.
행여라도 곤하게 자는 아이들 깨울까 일찍 일어나면 방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곤 했었다. 방에서 책을 읽노라면 밖의 소리가 들리니까...거기 있는 동안 제니가 새벽조깅을 나가지않은 날은 딱 하루 몸살이 난 하루뿐이었다. 젊은 아가씨가 어찌 저리 의지력이 대단한가 하고 놀랐었다. 한참 잠이 쏟아지는 나이들인데.......
우리 아이들은 주 중에 쏟아지는 숙제와 시험과 workstudy로 피곤에 절어 헉헉하다가 주말이 되면 늦잠을 좀 자고야 다음 한 주를 버텨나가는듯 보이는데 말이다. 저 체력비결이 어디서 나오나 하고 보면 운동 식습관 생활태도 등에 빈틈이 없다. 저리 부지런하니 요리사가 되어도 새벽같이 일어나 새벽시장도 가고 음식 만드는 일도 거뜬히 잘 해내겠다고 나도 확신이 들 지경이었다. 거기 머무르는 동안 자주 자신이 만든 것이라며 먹어보라고 방문을 노크하곤 했었다. 시간만 지나면 나는 Zagat, Michelin에 자리매김한 그녀를 보게 될걸 확신한다. 젊은 날을 너무도 성실하게 자기 꿈을 향해 착착 시간을 잘 쓰고있으니 말이다. 제니를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져온다.
기숙사도 지저분하지않을까? 짐작하였는데, 얼마나 정갈한지...
물론 매주 하루 메이드가 와서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하는데, 그녀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실내는 늘 깔끔하고 침대는 반듯하게 매만져 방문을 탁 열어놓고 학교에 간다...
주말에 자기집을 다니러갈 때면 꼭 조신한 양반자제처럼 두 손을 앞에 모으고 단정한 자태로, "주말에는 기숙사에 없을거예요. 월요일 아침에 캠퍼스에 닿을거예요." 하고 꼭 인사를 하곤, 기숙사를 비운다. 내가 없을 때 떠나면 메모지가 다소곳이 얹어져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가서 한국 이조시대 양반집 자제의 훈육을 구경하고 왔다. 사실 요즘 누가 한국학생들이 두 손을 단정하게 앞으로 모으고 조신하게 그 자태를 간직한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물론 있긴 있다.^^아주 소수라 그렇긴 하지만...
다른 룸메이트 채닝,
이 아가씨는 전형적인 노란 금발 긴머리에 날씬하고 상큼하고 깍쟁이같고 역시 부지런하기 짝이 없다. 바비인형같은 모습인데, 공부도 열심히 한다. 아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있고 외모 가꾸기에도 식습관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모드다.
어느 날 시험준비를 한다고 밤새 공부하다가, 정작 시험당일날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해서 시험을 잘 못 치렀다고 괴로워하더니, 쨘~~ 온통 분홍색으로 치장하고 해변가로 산책 나간다고 나서서 내 눈을 시원하게 한 아가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핑크 짧은 치마에 핑크 티셔츠, 핑크 머리띠, 하다못해 핑크 플립플랍을 신고 핑크 챙모자까지 온통 핑트인데, 그날따라 눈이 부시게 화사한 햇살과 더불어 그 아이를 쳐다본 순간 나도 모르게 어!! 했다. 지금 그 순간을 떠올려보니, 잡지 화보를 본 느낌같다!...^^핑크로 치장한 금발머리 아가씨^^ 물론 아이팟
도 귀에 꽂고...
"시험 망쳐서 꿀꿀해서 그냥 집에 있으면 더 기분 나빠질까봐 beach로 산책을 다녀와요." 한다.
어느새 등나무 바구니에 샌드위치도 만들어 준비한 모양인지 등나무 바구니까지...^^물론 그녀는 남자친구도 있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도 한 예절 하신다. 서양 남자아이가 키가 180은 족히 넘겠는데, 두 손이 또 앞모음자세...이 애들은 어디서 온 아이들인걸까? 물어보니, 남자친구 존슨은 시골주다 ^^ 세 아이 다 각각 다른 주들에서 왔다. 제니는 California 출신, 채닝은 Pennsylvania, 존슨은 Oklahoma. 다 다른 곳에서 왔으니 딱히 다른 공통점은 없다...
그 날 채닝 덕분에 싱그러운 젊음을 보았다.
핑크색깔이 얼마나 화사한 것인지..20대 아가씨한테 얼마나 빛나게 어울리는 색인지 그 날 알았다.
이 두 아가씨 식습관도 얼마나 철저한지 샐러드도 드레싱을 안치고 가볍게 먹고, 재료도 오가닉 푸드재료 파는데 가서 사는 모양같다. 하다못해 설겆이하는 세제도 일반 그로서리 스토어가서 보면 없는 세제다. 써보니 달라 어디서 산거냐고 물으니 그런 것들만 파는 가게가 따로 있단다.
살림에 관심많은 주부모드다.
부엌이 딸린 기숙사인데 먹고난 그릇이 넘쳐나고 지저분한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한 두어번 접시 한 두개가 쌓인 걸 본적은 있지만, 그 정도면 지극히 양호하다.^^ 수업이 바빠 달려나간 흔적이면 내가 엄마니까 얼른 씻어놓으면 돌아와서 그런다. 정말 감사하다고 시험치러 달려나가느라 저녁에 해야지했는데 이렇게 치워놓으시다니...한다. 그저 접시 두어 개인데...
룸메이트들 중 누구 생일이라도 되면 나머지 아이들이 컵케잌을 구워서 거실 테이블위에 올려놓고선 즉석 생일축하를 해준다. 가만 보니 자주 빵도 굽고 과자도 굽고 요리도 하는 눈치다.
주 중 정신없이 달리다가, 금요일이 되면 친한 친구들을 불러다 직접 요리를 해선 테이블 위에 아껴두었던 테이블보도 깔고 화병에 꽃도 꽂고 (하하 커다란 꽃이 달린 조화였다, 여기다 생화까지 바라면 ...^^)화병에는 리본까지 묶고서...자기들끼리 조졸한 파티도 한다.
그냥 무언으로 누군가 이번 주말 초대를 했다 그러면, 나머지 룸메들은 각자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게 마치 잘 뛰는 축구 경기를 보는 느낌이다. 패스가 기가 막히게 이루어지는 그림같은 경기!!말이다. ^^
그런 날 나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거나 좋은 음식점을 가보거나 그랬다. 기꺼이!!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은 눈이 번쩍번쩍하게 공부를 하는데 그 기세에 내가 발꿈치 들고 다녔다.
공부하는 자세가 완전 정좌하고 레이저나오게 하던데...
그래서 나는 난데 없이 미국 기숙사가서 살림 잘사는 주부노릇을 하다 돌아왔다.
김치 물김치 동치미 냉면 양배추밥 연어초밥 육계장 잡채 생선전 녹두전 녹두죽 김밥 유부초밥 오븐에 구운 고구마 ... 하여간 기억나는 한국음식을 거의 한 자락 다 훑고 돌아왔다.^^
내가 보고 온 주변의 어느 아이들도 시간 한 줄기 허투루 쓰는 법이 없던데...
그녀의 이야기만 듣고 유학보낸 부모님들 놀라실까봐, 얼른 몇 자 적었다...^^
참고로 미국대학 학사과정은 굉장히 tight하고 학점도 엄격하다. 학생이 제출한 모든 자료들과 수업 중의 발표와 태도와 시험성적등 두루 산정하여 평가를 한다. 시험 한가지만 달랑 잘 쳤다고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학기중에 리딩 리스트도 엄청나고, 학생들은 눈이 번쩍번쩍한다...허투르게 시간을 보내다간 따라 갈 수도 없다...미국대학 과정 중 오히려 학부과정이 가장 힘든 것은 아닐까 생각될 지경이었다. 대학원은 일단 전공으로 들어갔으니...
학교의 무드따라 다른 것일까?? 결국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밖에 안되었다...내 이럴 줄 알았다...^^
그저 미국 대학생활의 한 유형이라 생각하시길...
이상하게 미국에 오래오래 산 사람들은 말하기를 조심하는데, 간단한 여행으로 혹은 한 해 정도 체험하고온 사람들이 가장 편견에 사로잡혀 말하는 걸 보면 난처하기 짝이 없는 마음이 되곤한다...
어제도 그랬다. 미국에 가서 산지 오래 되지 않았는데, 그녀는 인정사정없이 한국유학생들을 다 형편없이 방탕하고 ... 직접적인 표현으로... 매도하는 말을 했다.
우리가 살던 Bel Air에 한국인 가족이 다섯 가정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같은 마을에 살아도 제각각 '다른' 미국을 살고 있구나!! ...
미국은 너무도 넓고 큰 나라라, 한겨울에 눈이 펑펑 오는 걸 보면서 비행기를 타고 2시간만 가면, 더워서 얼음물이 절로 생각나는 땅에 닿는다. 거기서 더워하며 일주일을 머무르다가 다시 올라오니, 공항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눈에 파묻혀있어, 얼어붙은 차의 문을 간신히 열어서 삽부터 꺼내어 차의 유리창을 긁어내고야 간신히 시야가 틔어 운전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었다...그 날 미국이 참 넓긴 넓구나!! 했다.
동시에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나라!!
방금 떠나온 플로리다에서 우리는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더워하다가 올라왔는데, 내리자 오리털 파커부터 껴입어야했으니 말이다.
땅만 이리 넓은 게 아니라 미국에 대하여 말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마치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 밖에 안되어 나는 미국 자체에 관한 말은 별로 안하는 편이다. 한 동네에 살아도 가치관이나 가족구성원이나 직업이나 ..에 따라 다 다른 미국에서의 시간들이 채워지니까 어떻게 일률적으로 말 할 수 있겠는가!!...한 동네에 사는 다섯 가족도 삶의 스타일이 그리도 다 달랐는데...
그런데 미국에 유학 온 학생들은 거의 다가 방탕하고 머리가 빈 학생들이라고 단정짓는 그녀의 말투에.. 우려가 들었다.
물론 그녀가 묘사한 그런 생활을 하는 유학생도 있겠으나, 그렇게 사는 사람들의 비율은 어느나라 어느 땅에도 존재한다. 그 사람들이 한국인 유학생이어서가 아니라, 그곳이 미국이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격이고 가치관인 것인데, 함부로 유학생들을 매도하는 그녀의 단정적인 어투에 심히 염려가 되었다.
아닌게 아니라, 나 또한 행여나~ 하는 기우는 있었다.
대학의 기숙사생활이 인생 중 가장 혈기왕성한 젊은 날들이니, 얼마나 시끄럽고 방만할까 생각하였는데, 지난 겨울에 가서 머물러보고는 미국 대학생들을 다시 새롭게 보게된 계기가 오히려 되었다.
룸메이트인 Jen과 Channing을 한지붕 아래서 지켜보며 미국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순간이 되었다. 얼마나 생활자체가 매력적인지 ...얼마나 부지런한지!!...얼마나 건강한 생활패턴인지...금발머리에 파란눈 아가씨들이 얼마나 더 이뻐보이던지....
Jen는 올 해 졸업을 하고 뉴욕의 Culinary College를 가기로 되어있다 했다.
내가 가서 있을 때 보니, 그 바쁜 공부 중에도 견과류를 잔뜩 넣은 건강바를 만들어 먹어보라고 들고오기도 해, 요리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 짐작되었다. 알고보니,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요리학교를 가려했는데, 부모님께서 반드시 좋은 대학교육을 받고 자기 길로 그 때도 원하면 들어서라 권하셨다 한다. 이탈리아어를 부전공으로 삼고, 교환으로 두 학기와 매 여름학기를 이탈리아 플로렌스(피렌체)로 교환학생으로 가서, 이탈리아요리와 언어를 섭렵한 모양이다. 대학생활 중, 졸업 전에 말이다.
내 짐작에 부모생각에는 '얘가 대학 들어가면 그 생각은 한 때 했던 생각이고, 저러다 말겠지' 한 것 아닌가 모르겠다. 그런데 그 꿈을 4년 내내 유지하다가, 그 밑작업을 하고 -이탈리아에서의 공부기간- 드디어 자기 꿈을 향해서 떠나는 것이다.
이 아이 Jen은 아침마다 새벽 5시면 비가오나 바람부나 찰칵 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죠깅하러 나가는 소리다. 나는 시차때문인지 새벽 4시면 영락없이 깨어나곤 했다. 기숙사는 4명의 학생들이 방4개와 거실, 부엌 화장실 욕실을 갖춘 아파트모양으로 생긴 형태다.
행여라도 곤하게 자는 아이들 깨울까 일찍 일어나면 방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곤 했었다. 방에서 책을 읽노라면 밖의 소리가 들리니까...거기 있는 동안 제니가 새벽조깅을 나가지않은 날은 딱 하루 몸살이 난 하루뿐이었다. 젊은 아가씨가 어찌 저리 의지력이 대단한가 하고 놀랐었다. 한참 잠이 쏟아지는 나이들인데.......
우리 아이들은 주 중에 쏟아지는 숙제와 시험과 workstudy로 피곤에 절어 헉헉하다가 주말이 되면 늦잠을 좀 자고야 다음 한 주를 버텨나가는듯 보이는데 말이다. 저 체력비결이 어디서 나오나 하고 보면 운동 식습관 생활태도 등에 빈틈이 없다. 저리 부지런하니 요리사가 되어도 새벽같이 일어나 새벽시장도 가고 음식 만드는 일도 거뜬히 잘 해내겠다고 나도 확신이 들 지경이었다. 거기 머무르는 동안 자주 자신이 만든 것이라며 먹어보라고 방문을 노크하곤 했었다. 시간만 지나면 나는 Zagat, Michelin에 자리매김한 그녀를 보게 될걸 확신한다. 젊은 날을 너무도 성실하게 자기 꿈을 향해 착착 시간을 잘 쓰고있으니 말이다. 제니를 떠올리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따뜻해져온다.
기숙사도 지저분하지않을까? 짐작하였는데, 얼마나 정갈한지...
물론 매주 하루 메이드가 와서 청소를 하고 쓰레기통을 비워주고 하는데, 그녀의 손길이 닿기도 전에, 실내는 늘 깔끔하고 침대는 반듯하게 매만져 방문을 탁 열어놓고 학교에 간다...
주말에 자기집을 다니러갈 때면 꼭 조신한 양반자제처럼 두 손을 앞에 모으고 단정한 자태로, "주말에는 기숙사에 없을거예요. 월요일 아침에 캠퍼스에 닿을거예요." 하고 꼭 인사를 하곤, 기숙사를 비운다. 내가 없을 때 떠나면 메모지가 다소곳이 얹어져있다...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미국가서 한국 이조시대 양반집 자제의 훈육을 구경하고 왔다. 사실 요즘 누가 한국학생들이 두 손을 단정하게 앞으로 모으고 조신하게 그 자태를 간직한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물론 있긴 있다.^^아주 소수라 그렇긴 하지만...
다른 룸메이트 채닝,
이 아가씨는 전형적인 노란 금발 긴머리에 날씬하고 상큼하고 깍쟁이같고 역시 부지런하기 짝이 없다. 바비인형같은 모습인데, 공부도 열심히 한다. 아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있고 외모 가꾸기에도 식습관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모드다.
어느 날 시험준비를 한다고 밤새 공부하다가, 정작 시험당일날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해서 시험을 잘 못 치렀다고 괴로워하더니, 쨘~~ 온통 분홍색으로 치장하고 해변가로 산책 나간다고 나서서 내 눈을 시원하게 한 아가씨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핑크 짧은 치마에 핑크 티셔츠, 핑크 머리띠, 하다못해 핑크 플립플랍을 신고 핑크 챙모자까지 온통 핑트인데, 그날따라 눈이 부시게 화사한 햇살과 더불어 그 아이를 쳐다본 순간 나도 모르게 어!! 했다. 지금 그 순간을 떠올려보니, 잡지 화보를 본 느낌같다!...^^핑크로 치장한 금발머리 아가씨^^ 물론 아이팟

"시험 망쳐서 꿀꿀해서 그냥 집에 있으면 더 기분 나빠질까봐 beach로 산책을 다녀와요." 한다.
어느새 등나무 바구니에 샌드위치도 만들어 준비한 모양인지 등나무 바구니까지...^^물론 그녀는 남자친구도 있다. 그런데 그 남자친구도 한 예절 하신다. 서양 남자아이가 키가 180은 족히 넘겠는데, 두 손이 또 앞모음자세...이 애들은 어디서 온 아이들인걸까? 물어보니, 남자친구 존슨은 시골주다 ^^ 세 아이 다 각각 다른 주들에서 왔다. 제니는 California 출신, 채닝은 Pennsylvania, 존슨은 Oklahoma. 다 다른 곳에서 왔으니 딱히 다른 공통점은 없다...
그 날 채닝 덕분에 싱그러운 젊음을 보았다.
핑크색깔이 얼마나 화사한 것인지..20대 아가씨한테 얼마나 빛나게 어울리는 색인지 그 날 알았다.
이 두 아가씨 식습관도 얼마나 철저한지 샐러드도 드레싱을 안치고 가볍게 먹고, 재료도 오가닉 푸드재료 파는데 가서 사는 모양같다. 하다못해 설겆이하는 세제도 일반 그로서리 스토어가서 보면 없는 세제다. 써보니 달라 어디서 산거냐고 물으니 그런 것들만 파는 가게가 따로 있단다.
살림에 관심많은 주부모드다.
부엌이 딸린 기숙사인데 먹고난 그릇이 넘쳐나고 지저분한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한 두어번 접시 한 두개가 쌓인 걸 본적은 있지만, 그 정도면 지극히 양호하다.^^ 수업이 바빠 달려나간 흔적이면 내가 엄마니까 얼른 씻어놓으면 돌아와서 그런다. 정말 감사하다고 시험치러 달려나가느라 저녁에 해야지했는데 이렇게 치워놓으시다니...한다. 그저 접시 두어 개인데...
룸메이트들 중 누구 생일이라도 되면 나머지 아이들이 컵케잌을 구워서 거실 테이블위에 올려놓고선 즉석 생일축하를 해준다. 가만 보니 자주 빵도 굽고 과자도 굽고 요리도 하는 눈치다.
주 중 정신없이 달리다가, 금요일이 되면 친한 친구들을 불러다 직접 요리를 해선 테이블 위에 아껴두었던 테이블보도 깔고 화병에 꽃도 꽂고 (하하 커다란 꽃이 달린 조화였다, 여기다 생화까지 바라면 ...^^)화병에는 리본까지 묶고서...자기들끼리 조졸한 파티도 한다.
그냥 무언으로 누군가 이번 주말 초대를 했다 그러면, 나머지 룸메들은 각자 야외활동을 계획하고 움직이는 게 마치 잘 뛰는 축구 경기를 보는 느낌이다. 패스가 기가 막히게 이루어지는 그림같은 경기!!말이다. ^^
그런 날 나는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거나 좋은 음식점을 가보거나 그랬다. 기꺼이!!
우리 아이들?
이 아이들은 눈이 번쩍번쩍하게 공부를 하는데 그 기세에 내가 발꿈치 들고 다녔다.
공부하는 자세가 완전 정좌하고 레이저나오게 하던데...
그래서 나는 난데 없이 미국 기숙사가서 살림 잘사는 주부노릇을 하다 돌아왔다.
김치 물김치 동치미 냉면 양배추밥 연어초밥 육계장 잡채 생선전 녹두전 녹두죽 김밥 유부초밥 오븐에 구운 고구마 ... 하여간 기억나는 한국음식을 거의 한 자락 다 훑고 돌아왔다.^^
내가 보고 온 주변의 어느 아이들도 시간 한 줄기 허투루 쓰는 법이 없던데...
그녀의 이야기만 듣고 유학보낸 부모님들 놀라실까봐, 얼른 몇 자 적었다...^^
참고로 미국대학 학사과정은 굉장히 tight하고 학점도 엄격하다. 학생이 제출한 모든 자료들과 수업 중의 발표와 태도와 시험성적등 두루 산정하여 평가를 한다. 시험 한가지만 달랑 잘 쳤다고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학기중에 리딩 리스트도 엄청나고, 학생들은 눈이 번쩍번쩍한다...허투르게 시간을 보내다간 따라 갈 수도 없다...미국대학 과정 중 오히려 학부과정이 가장 힘든 것은 아닐까 생각될 지경이었다. 대학원은 일단 전공으로 들어갔으니...
학교의 무드따라 다른 것일까?? 결국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 밖에 안되었다...내 이럴 줄 알았다...^^
그저 미국 대학생활의 한 유형이라 생각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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