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유형 #1 교육

겨울방학이 한국은 3월 초나 되어야 개학을 하는데 반해, 아이들은 1월 초순이 되자 다시 봄학기가 개강하여, '학기 중'을 구경할 수가 있었다. 사실 undergraduate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건 처음이다. 아이들이 핑핑 날아다니듯 바쁘게 수업을 듣고 시험들을 치르고 과제물을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며 생각이 많았다...
막상 아이들이 해내는 부과량을 직접 눈으로 보니...아이들이 새삼스럽게 보였다!! 이렇게나 열심히 하였구나!!...기특해라...

그 중에도 아이들을 잘 이끌어나가는 교수님들의 열정과 탄탄한 교안과 아이들을 평가하는 평가방법이 신선하고 참신하여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그들, 미국대학 교수님들을 구경하였다! 우리가 대학원을 다닐 때랑은 그 느낌부터가 다르다. 그때는 우리도 어렸으니 미국대학 교수님들을 객관으로 볼 눈은 없었다...

어느 저녁, 막내가 30페이지짜리 페이퍼를 쓰다가 밤 11시15분에 담당교수께 이멜을 넣으려 한다. 오늘은 너무 피곤한 하루였으니, 그냥 자고 내일 일어나서 하라고...어째도 교수님이 이 늦은 밤에 그걸 보고 답장을 하실 것도 아닌데...자고 내일 하라는데...일 하나는 속전속결로 빨리 해치워야하는 막내, 이멜을 쓰고야 만다...

그 밤에 내 한국에서의 지난 9년살이가 얼마나 한국에 익숙해졌던가..하고 놀랐다...
같은 사람도 사는 땅의 일상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는 사실을 그날 절감하였다...
밤 11시15분에 보낸 학생의 이멜에 5분 후 띵똥 교수님의 답신이 들어왔다.
엥??
"아니, 이 시각에... 교수님이 여전히 연구실에 계신거야? 이 밤에 댁이라도 그렇지! 이 시각에 학생이 보낸 이멜에 이리 바로 답이??"
막내는 "아마도 교수님이 아이폰으로 바로 확인 후, 답멜을 보내셨을 수도 있어" 하긴 했는데, 나는 그렇다 할지라도 하여간 놀랐다...
아이가 질문한 부분에 대하여 친절하고 상세하게 그야말로 딱부러지게 도움이 되는 답메일을 보내주셨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왜 어느 한국교수님 생각이 났을까! 그 밤에...

*교수님은 대학교수가 세상에서 가장 할만한 좋은 직업이라며 틈만 나면 신나 하신다. ^^ 지켜보면 귀여우시다!...연구실에는 차(tea)의 대가라는 **선사가 만들어 한정된 사람들한테만 보내주신다는 귀하디 귀한 차라며 자랑하시고(^^), 늘 준비되어있고 대접하길 즐기신다. 그 방에 들어서면 녹차향이 그윽하다... 우리고 난 차를 다시 말리시는데 여하튼 다향이 그래서 그 방에 가득하다... (어째 커피같다? tea는 잔이 달라야할 것 같은...)
그야말로 망중한이시다. 이 부분은? 음~ 보기가 좋으시다!

그 분의 강의안? ..."나는 수업을 하다가 졸아도 말이 저절로 나와서, 나는 자는데도 말이 나와서 강의가 되는데, 내가 졸았다는 걸 아무도 못 알아채요!" 하신다...
강의안이 20년도 더 넘었다. 얼핏 건너다보니, 깨알같은 글씨의 옛날 책을 아직도 교안으로 쓰신다. 달인 프로그램 보면, 한 종류의 일을 10년만 해도 눈감고도 다~하던데...정말로 이 분 달인 수준이시다! 졸면서 강의한 것을 학생들은 눈치도 못챌 정도로 다 해내신다니...ㅠㅠ

아마도 나중에는 조금 문제가 되는 모양인지...학생들이 그 교수님 과목을 수강신청을 안하니, 폐강이 될 지경이라, **가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다른 과목 신청한 아이들을 달래어 이 교수님 수강신청을 간신히 하게 만들었단다. 그런데 학기 말이 되면 연례행사처럼 아이들이 울고불고... 권한 그 분한테 항의가 빗발친다. 학점이 엉망으로 나와서, 이 성적을 들고 이 험한 세상에 취직은 어떻게 하냐고, GPA 다 떨어뜨렸다고 징징징징 운다.......ㅠㅠ
강의안은 준비도 안하시면서 학생들 학점은 그야말로 인정사정없이 박하게 팍팍 주신다...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이다....ㅠㅠ

내가 생각하는 좋지않은 교수님 감별법이 있다.
학생의 우수성을 인정하지않고 깐깐을 떨거나... 열등감을 노출하거나... 가르칠 때는 괴발개발 가르치고는 시험출제 하실 땐, 배우지도 않은 자락에서 구석지에 콕 끼어있는, 별로 중요치도 않은 부분을 시험으로 제출하여 학생을 골탕먹이고는... 학점은 무지 빡빡한 교수님 강의는 보나마나 결과도 뻔~하다...배운 것도 없이 물먹이는 강의는 피해가는 게 낫다...강의를 들었으면 하다못해 인생의 지침이라도 배울 수 있다면 가치가 있겠지만, 그것도 아니라면...여하튼 가장 기본은 그 과목의 커리큘럼이 탄탄해야 한다. 그건 기본 1수칙이다...누가 뭐래도... 가르치는 자는 학생을 가르칠 실력과 준비와 성의가 탄탄해야한다...

**
둘째가 듣던 Speech 강의는 아이가 얼마나 긴장해있는지...나도 수업이 든 화목이 되면 아이의 긴장을 다 느끼겠다!! 말로 아무리 평안하라 하여도 그게 말로 되는가.......본인이 떨리면 떨리는거지!!
그래서 어깨 너머로 함께 강의안을 함께 들여다 보다가, 오히려 그 교수님의 진정성과 열정과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덕분에!!^^

그 분의 강의는, 주로 사람과 사람사이의 대화법을 주 syllabus로 가르치시나 보았다. 사람 사이의 대화란 게 그렇잖은가... 둘 사이에 대화를 할 수도 있고, 글로 할 수도 있고, 대중을 앞에 놓고 할 수도 있고,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말 할 수도 있고...상대편을 대신하여 대변하는 경우도 있고...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다루신다!!

차곡차곡 학기가 진행될수록, 다양한 대화법을 일단 가르치시고 그 실제Speech를 해보게 하신다. 학기초에 메모리카드를 준비하라 그러신다 해 '그걸 무엇에 쓰나?' 하였더니, 학생이 발표할 때면 교수님은 정면에 앉아서 학생이 발표하는 장면을 녹화를 하신다. 들어보니, 학생의 발표에 대하여 그 순간 순간 조언을 주시는 음성도 함께 녹음되어 들어있다. 그 메모리카드를 발표마친 학생에게 주신다.

거기다가 세세한 항목이 깨알같이 박힌 백지 평가표까지 들고 왔다. 스스로 자신을 평가하라는 거다..

둘째는 무지 떨려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한지도 모르겠고, 잘 하질 못했다고 말한다. 내가 둘째의 그 발표장면 파일을 봤다. 본인은 떨었다는데, 테잎에 찍힌 화면은 그런 게 잘 드러나지 않는다. 평가의 세부항목표에는 아주 세세한 것까지 다 살펴보게 해놓으셨다. 발표할 때 시선처리는? 자세는? 목소리톤은? 말하는 주제는? 내용이 어땠나?..흐름은? 청중의 반응은?...등등
그러고는 ㅎㅎ...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점수를 매겨서 제출하란다. 그야말로 나 자신을 알라 이다...
나는 아이점수를 94로 매겼고 본인은 아무리 아무리 자신을 잘 주려해도 92란다.
최종성적표는?
이 교수님도 94를 주셨는데, 학생 스스로 92를 주었으므로 점수는 92가 되었다.^^
스스로를 과대평가도 평가절하도 하지말라는 심저가 잡혀나온다...^^

교수와 학생이 주는 점수가 일치하면 오히려 포인트가 올라가고, 학생이 낮춰 매겼으면 그 낮은 점수가 자신의 점수가 된단다. ㅎㅎ 왜 그리 하시는지 나는 알겠다!!
이 분의 강의는 매 시간이 절묘하고 출중하여 나태하게 그냥 시간을 때우고 지나가는 법이 없다!!... 아마도 내가 그 수업을 더 기다린 것 같다. 흥미진진해서!! 다음 수업엔 또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실까?...하고. 비록 둘째는 자주 청중 앞에 서야 하니까 전전긍긍하긴 했지만...ㅎㅎ

  • 학생이 숙제를 하다가 질문을 하면 밤 11시15분에도 답신을 쓰고 있는 A교수님,
  • 매 강의를 오래~ 준비한 게 틀림없어보이는 질좋은 수업을 하는 B교수님......
  • 언제라도 교수실 방문이 열려있어 진로나 고민을 함께 나누시는 따뜻한 C교수님,
  • 3학년 첫 학기때 들은 영문학수업이 끝나고도 복도에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시곤, "내가 너를 2학년때만 만났어도 너는 내 전공을 하게 밀어붙일걸..." 하시며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시는 D교수님,
  • 학사일정에 꼭 2번의 필드트립을 넣으셔선 차편이 없는 학생들을 다 차편까지 마련하여 이론과 실제를 병용하여 함께 알게 하시는 E교수님,
  • 학기 초에 아예 집으로 초대하셔 학생들과 조찬을 나누며 첫 수업을 하며 학생들과 안면을 익히곤 학기를 여는 F교수님...
  • 학기 말에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학생들과 오찬을 나누며 학기를 마무리하시는 G교수님...
쌍둥이들이니 둘을 통해 본 교수님들의 좋은 예는 참으로 많았다.
사실 아이들이 어릴 때, 초 중 고 선생님들도 참 귀감이 되는 분들 많으셨다!! 우리가 유난히 복이 많았던 것인가??? 알 수가 없다...다시 장님 코끼리 만지기일테니.......

실제로 한국의 대학에도 계시긴 할 것이라는 것은 나도 분명히 안다!! 아마도 지금은 돌아가신 서강대 장영희 교수님 같은 분은 그런 스승이었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의 책에서 표현한 제자이야기는 그녀가 바로 그런 교수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초야에 묻혀 드러나지않게 제자를 사랑하는 스승이 한국에도 반드시 계시리란 것은 아는데...미국대학을 마다하고 한국을 알겠다고 되돌아온 우리 맏이가 그런 교수님들을 뵌 것 같지는 않다.
별로 가르치지는 않으시고 학기초부터 엄청난 부과량만 덤프트럭이 쏟아붓듯 과제물만 들이미는 교수님들의 산사태였다!!!ㅠㅠ 슬슬 인죠이하며 스트레스없이 공부하는 것을 즐기던 맏이는 오히려 공부 혹은 학문에의 호기심이나 즐거움을 잃었을 뿐이다....이 부분이 너무나 아쉬워서...지켜보는 중이다...

매 수업 하나하나가 제자들과 만나서 자신의 학업을 전수해주거나 가르칠 한정된 시간인데...아깝게 흘려보내는 교수유형을 잔뜩 보았을 뿐이다...
이 글을 쓰면서 맏이에게 "존경할만한 교수님을 만났느냐?"고 물어보니, "존경?" 하더니 말없이 그냥 웃는다. .........대학시절 강의가 참 알차다고 기억나는 교수님은 가뭄에 콩나듯 계셨을 뿐이라 했다. 참 강의준비를 많이 하셨구나 강의가 멋지구나 싶은 분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노코멘트란다...!! 수재학교로 일컬어지다가 이즈음 지면을 떠들썩하게 한 대학이다...


그 아이들의 고충에 교수들의 책임은 없었을까!!
가르쳐주지도 않고 결과물만 내놓으라는 교수들... @.@
19살 어린 영재가 장차 로봇박사가 되겠다던 그 어린 영혼이 가엾어서 가슴이 아프다!!
얼마나 막막했을까!!!... 고교시절에 이미 고등수학, 현대물리학...등 등을 섭렵한 아이들과, 난이도가 최상인 수업을... 준비도 없이 맞닥뜨렸는데...친절히 가르쳐주는 스승도 없이 그 과제물을 하려니 얼마나 높은 벽이었을까!!...



...아! 참 내게는 가슴에 남는 한 분은 계셨다. 대학시절 은사께서 졸업을 하고 귀가하는 어린 제자를 초대하셔선 그 바쁘시던 분이 손수 불고기와 갈비와 한 상 제대로 앞치마 두르시고 사랑을 듬뿍 먹여 보내신 은사님이 내게는 존재하셨다!! 참!!....
이 글을 쓰다가 '~이런 분들을 한 분도 못 뵈었다' 하려다가... 고쳐 쓴다....사는 게 바쁘다고 한동안을 찾아뵙지도 못하였구나!!...죄송해라~~

한국의 교수들은 사실 외적이든 혹은 내적이든.......마음의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excuse를 해드릴까?!
논문을 써서 기간내에 실적을 내어야 하고, 시간을 좀 어느 정도 길게 주고 논문을 내라면 질좋은 논문이나 나올텐데, 단타로 눈에 보이는 실적을 내라하니 허겁지겁 무언가를 보자기로 싸서 내놓아야하니... 보직을 맡으면 또 바빠지고, 이런저런 외적인 일들로 ...아주 정신차리지않으면... 초심을 잃으면...아마도 교수에게 학생지도는 우선순위가 가장 끝에 자리할 것이다!! 다른 걸 다~ 한 연후에 그 제일 끝에 학생이.......
가르치는 자에겐 늘 학생이 우선이어야하는데 말이다...




**
감자에서 싹이 나서 버리려다가 싹부분을 잘라 싱크대 수도꼭지 부근에 두었다. 간간히 물이 닿아서 독이라는 그 감자싹에서 어느날 무언가 새파랗게 뾰족히 내밀었다. 어느 날엔가는 설겆이 마지막 헹굼으로 아주 뜨거운 물을 싱크대 주변에 휘익~둘러주다가 그 싹트기 시작한 작은 싹에 뜨거운 물이 왕창 끼얹어졌다... 아이쿠~하고는 얼른 찬물을 다시 휘둘러주고..그리고 싹을 틔운 그 정성이 이뻐서... 쓰레기통으로 갈 것이 화분에 심어져 베란다에 놓였다......


그런데 이렇게 싹이 나와 싱그럽게 자라고 있다.....하물며 먹으면 독이라며 큰 일 난다는 어리디 어린 작은 감자싹도 이리 튼튼하고 실하게 자라났다!! 정말로 꽃까지 보여줄건가?? 올 해 우리는 감자농사를 지었다고 다들 신기해 한다.^^
"저 아래에 정말 감자가 달려 있는거야? " ... 오며가며 들여다본다. 하물며 감자싹도 애정을 주니 이렇게 실하고 싱그럽게 자라나는데.... 쓰레기통으로 갈뻔한 싹이 이렇게 빛을 보았다!! (Liter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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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꾸마 2018/09/06 09:06 # 삭제 답글

    그린오크님 글을 이렇게 만나보네요.
    이전 글들도 쭉 읽어보다가 이렇게 글 남깁니다.
    지금 제가 느끼는 아이 교육에 대한 문제점들은 이 당시에도 있었네요.
    바뀌고 있는거 같기는 한데 아직 체감할 만큼은 아닌거 같습니다.
    하는거 없이 하루는 흘러가는거 같은데..
    그린오크님의 글들을 생각날 때마다 들러서 보고 가려고 합니다.
    좋은 글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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