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할아버지,할머니 세상 사는 이야기

서재를 정리하여 필요없는 것들을 버리는 작업을 이즈음 하는 중인데, 작은 포스트잇에 'Lisa 할아버지 할머니' '꽁지머리, 학교 bus driver Mr. Heinz' 라고 적혀있다...메모지의 작은 글자들을 보며 혼자 슬그머니 미소가 나왔다...^^

막내들의 친구 Lisa는 다정다감하고 외로움을 타는 미국소녀였는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나를 다정하게 부르던 리사 생각이 난다. 당시에 나는 미국인가정들의 모습에 놀라던 즈음이었는데, 학교에 가도 내가 본 그 해 2학년 아이들의 많은 %가 이혼을 했거나 별거 중이거나 이혼수속 중이거나한 부모를 둔 아이들이 얼마나 많던지...깜짝 놀라고 있었는데, 4학년인 리사도 그 중의 하나였다...어른들의 그런 갈등때문에 아이는 찬밥이 되어 커다란 집에서 부족함없이 살아도 늘 외롭고 사람이 그립고 그랬나보다!!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되어 지난 주말 있었던 저널쓰기에 Ms. Riley class의 아이들은 "아빠집... 엄마집에서..." 하는 귀절이 나와, 처음엔 ...?? 영문을 몰랐었다...ㅠㅠ
아이들의 글짓기에는 바로 어른들의 삶이 보였는데, 함초롬히 다소곳하던 2학년 소녀의 글에 "아빠와 엄마가 자꾸만 싸우다가...결국 헤어지는 절차를 한다...싸우면 헤어지는 것인가보다..." 라고 써져있으니...ㅠㅠ


리사의 아빠도 엄마도 개인적으로 만나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게다가 각자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도 좋은 사람들이었다!(?)
어려움을 겪는 결혼의 탈출구를 찾느라고 리사의 부모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모양같았는데...리사는 4남매중 막내딸, 어느 해 할로윈 즈음에 아이들을 놀러보냈다가 아이들을 pick up하러 리사집에 간 어느 순간이...후에도 자주 생각나곤 하였다...

내가 아이들을 데리러 들어간 바로 그 때, 리사엄마는 남자친구가 막 데리러와 함께 댄스파티에 나가는 중이라 하였고, 리사 형제들은 각각의 포지션에서(?) 엎드리거나 기둥에 머리를 기대거나...하고, 들떠있는 엄마를 물끄러미 보고있던 순간이었나 보았다. 현관을 열고 막 들어서니, 그 각에서 아이들 넷이 한눈에 보였는데, 네 명의 아이들이 현관문을 향해 주시하고있는 상황!! 리사오빠는 2층난간 사이로 아래를 내려다 보고, 리사언니는 부엌입구에서, 또 다른 리사오빠는 복도끝에서....리사는 우리 아이들과 막 작별하려고 소지품을 들고나오고 있었다.
무심코 들어선 순간, 나를 주시하는 줄 알고 휘휘 둘러보니, 막 리사엄마가 나서는 중....그 순간의 리사 형제들의 썰렁하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동시에 우리아이들을 데리고 문을 나서는 나를 바라보던, 그 뭐라 표현못하겠는 부러움이랄까??!! 그 눈빛들... 아이 넷의 엄마는 댄스파티에 가는 설레임과 들떠있음이 십대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않은 무드였고...

각자의 개인으로 보면 리사의 아빠도 엄마도 인간적으로 참 좋은 사람들이고...우리 막내들의 말에 의하면, 그 두 사람은 사이가 나쁠지라도, 리사에게 아빠 엄마임은 변함없는 사실이니까...리사의 아빠 엄마가 서로는 안맞다 하여도, 개인의 라이프가 있는 거니까 행복해지기위한 노력은 해야하는 거고, 그러니 리사에게 엄마의 남자친구 아빠의 여자친구는 그 노력의 일환이라는거다...^^ 초등학생밖에 안된 주제에(?^^) 나한테 미국의 가정을 조목조목 제법 설명하는 꼬맹이들의 심각한 설명에 내가 내 아이들보다도 더 미국인의 가정에 대한 이해도가 없구나 했다...물론 리사가 해준 이야기를 전달한 것일 테지만^^

여하튼 결국 리사에게는 두 명의 아빠와 두 명의 엄마가 생겼고, 그 네 명이 리사를 얼마나 챙기는지...., 평화롭고 잔잔하게 잘 굴러가는 듯 보였다. 네 명 모두 표정들도 행복해보이고...!!
그들 네 명은 자주 리사와 우리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려오고 하였으니 말이다...^^


...그 와중에 본 진짜로 인상적인 모습은, 리사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셨다.
다른 주에서 방문와 계시다는데, 리사의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다.
치매라 해도 얼마나 사랑스러우신지...그 말을 듣기 전엔 그러신 줄도 모를만큼 단정하고 보기에 좋으셨다. 함께 식탁에서 식사를 하게 되어, 자리에 앉자, 리사의 할머니는 나를 보시며 정중하게 처음 본다며 반갑다고 인사를 하시더니, 자신의 막내손녀딸 리사를 보시자, 정말로 초면인 얼굴로 "누구신지? 처음뵙겠습니다." 하는거다..어??.......

그런데 그 다음 식구들의 반응에 정말 가슴이 찌르르~하였다. 식구들은 모두 정말로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얼굴로, '새삼스럽게 찬찬히' 설명을 해주는거다. 특히 그 할아버지께서... "Honey, 방금 인사한, 저 아이 리사는 우리의 막내손녀라오! ...이 분은 우리의 사랑하는 손녀 리사 친구들의 어머니라오...." 하시더니 기억을 떠올릴만한 이야기를 다정하게 등을 토닥~토닥~두드리거나 문지르시며 일러주시는 것...그러니 리사의 할머니는 유순한 표정으로 평생에 처음 듣는듯한 표정으로 다소곳히 경청하시더니 "그랬군요~.." 미소지으신다...
그 때 리사의 할아버지의 그 다정한 어조와 몸짓과 태도가 얼마나 훈훈하던지...치매앓는 그 할머니가 얼마나 다소곳하신지...식구들은 얼마나 조용조용 다정다감하게 돌보는지...무슨 아름다운 영화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치매를 앓으면 온 식구가 생활이 다 파괴될 정도로 괴롭고 고역을 치른다는 말을 더 많이 들어온 나는 그 날 리사의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에 신기한 생각조차 들었다. ...내가 듣던 증상들은, 집을 나가고... 길을 잃고... 씻지않으시거나... 옷핀을 주렁주렁 앞섶에 달아놓으신다거나... X을 벽에 바르신다거나.... 욕을 바리바리 하신다거나...음식을 집어던지거나 엎는다거나...뭐 이런 이야기를 주로 들어본 나로서는...
아마도 치매를 한다면 자신이 살아온 날들의 편린을 보여주는 것인가?? 너무 억누르고 참고 살아온 이들은 공격적이고 파괴적으로 나타나는 것인지...??

어제 잠시 방송을 보니, '우리나라에만 있는' 주부들의 병에 화병이 있는데, 그 '증상은 꽤나 구체적이고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었다. 아마도 한국노인들의 치매가 앞서 이런 양상인 것과 달리, 리사할머니의 증상이 그리 다소곳하고 음전하시기조차 하고 낭만소녀같이 달랐던 것은...어쩌면...살아온 날들의 반증은 아닌가 생각하는 것은 비약인 것일까??.......
일단 기억이 없어지거나 퇴행되면...본래의 자신의 모습, 살아온 날들의 그간의 잠재되고 억눌러두었던 분노의 모습이 묻혀있다가 비어져 나오는 것은 아닌가 싶다...


진짜로 더 반전은...
그렇게 할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할아버지는, 그 후 할머니가 돌아가시고....슬프게 슬프게 목놓아 우시더니...ㅠㅠ 단지 반년후.^^ 새장가를 가셔서 아~주 행복하게 사신다는 말을 전해 듣고, 그당시에는 정말 배신감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쩌면 관계에서 최선을 다하고 여한이 없으면, 오히려 홀가분하게 인생의 다음 자락을 사는가??...라고 고개를 갸웃거려본다.^^

미국의 가정들이 훨씬 더 가족위주로 화기애애하게 사는데....동시에 이혼률이 높은 것도 특이하고 ...그렇다... 순간순간 순도100%, 삶의 질을 따지면서 산다는 의지인 것인가? ...흠...이 부분에 관한 한 다시 가서 더 관찰을 해봐야 할 부분이다!!
어린 새싹들에게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노인이 되시는 주변의 친구부모님 우리 부모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성인발달연구에도 무한정 관심이 간다!!
인간은 누구나 '어떤 일련의 과정'을 거쳐나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누구도 예외없이...

어떻게?, 혹은 잘! 인생을 살아내는 일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 아닌가!!
가족과의 유기적인 관계도 행복도에 영향을 주니...어린아이부터 자녀를 지혜롭게 현명하게 잘 기르시자는 이유도, 결국은 그 꼬맹이의 삶이 부모인 어른의 삶의 질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니, 궁극적으로 내가 바라는 것은 '가족구성원 모두의 행복'인 모양이다...^^ 인생은 일회성이라 그 순간 순간을 잘 살아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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