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선생님, 닥터왓츠; 일 그리고 행복 교육

한국으로 오며 가장 놓고오기 아쉽던 기회는, 두 분의 선생님이셨다...
Dr. Watts는 거의 후반부까지 Mister라는 호칭으로 늘 불렀었다. 닥터 왓츠가 우리집 근처에서 자그마치 한시간이나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가셨는데도, 매주 수요일마다 나는 막내와 함께 기꺼이 왕복 세 시간을 온전히 오붓하게 썼다. 단독으로 아이와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즈음 자녀가 여럿이면 단독으로 시간을 보내시라는 조언도 사실 이때의 이 시절이 내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첼로수업을 마치고 올라오는 차 속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막내와 두런두런 이야기나누는 시간이 내게는 잘 살았던 시간으로 기록된다...

이전 집은 좁아서 최소한으로 정갈하게 사시던 와츠선생님이, 크고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시자, 거실과 레슨실을 멋지게 장식을 하셨는데, 사진을 찍어오지못한 것이 유감이다!! 사실 내게는 이사가시기 전의 댁 거실이 더 안온하게 남아있다.
새 집에는, 선생님이 참여하셨던 연주회의 포스터나 졸업장 등이 걸려있어 우연히 눈이 갔다가 나는 속으로 놀랐다. 거기에 왓츠선생님의 성함이 선명한 회계사 자격증과 유수대학의 박사학위증이 걸려있는거다. 내게 왓츠선생님은, 유순하게 여유있는 표정으로 막내에게 첼로를 가르치시는 좋은 선생님이신데, 엥? 웬 회계사에 박사?? 첼로선생님??

의아하여 얘기를 나누다보니, 왓츠선생님은 경영학전공에 박사에 회계사...
내가 가면 늘 작은 부엌에서 소박한 입성으로 무언가를 자분자분하시던 그 부인은, 하버드 법대출신 변호사^^ 처남도 남동생도 모조리 하버드가족들...ㅎㅎ
내가 순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는지..."지금 너 내가 왜 난데없이 첼로를 가르치고 있나 그 생각을 했지?" 하신다...^^

잘나가는 회계법인에서 잘나가는 회계사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었는데, 부인도 물론 잘나가는 변호사로....어느 순간 그 생각이 드셨단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이게 사는 것인가? 하루에 열여덟시간 스무시간을 일하고 숫자놀음을 하며, 가족과는 얼굴도 제대로 못보고 자는 아이들 얼굴만 휘리릭 보고....내가 진정 살고 있는 것인가? 내 아이들은 우리의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싶어서 고심하다가, 다 청산하고 Boston에서 Maryland로 내려오셨다는거다...

자신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인가 생각을 해보니, 어린 소년시절, 야구를 신나게 하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엄마가 부르시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오고 ..."저녁먹고 첼로연습을 해야지~~ " 하던 순간이 딱 생각이 나시더란다...
자신에게 벌은 "너 그러면 첼로 못하게 한다!!" 이셨대나?
가만 생각해보니,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첼로를 하는 순간!! 그래서 다 싸들고, 자신은 첼로선생님으로, 아내는 pro bono (무료 법률 상담) 로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변론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아이들과 알찬 시간을 보내는 중이시라고.....

그날, 나는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달려 올라가며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한 기억이 난다...95번 도로는 어둠속에 곧게 뚫려있었고, 차창을 바라보며 운전하던 내 모습과 막내모습이 스친다...

그 말씀을 들은 후, 다음 주가 되고, 이거 Dr. Watts라고 말해야하는데, 입에 익숙치가 않아 미스터와 닥터를 오가는 내게 온화하고 푸근하고 윗트있는 표정으로 "그냥 부르던대로 부르라" 하셨다. "나는 지금 경영학박사에 회계사에 대한 자격증을 쓰는 중이 아니니까...그런 것들이 무슨 대수냐??^^"
그래도 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따내는 그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 익숙하여 절로 나오려는 미스터를 밀어넣으며 ㅎㅎ 안간힘을 썼다.^^
습관이란 얼마나 무서운지... 냉장고를 다른 자리로 옮기면 며칠을 나는 냉장고가 있던 그 자리로 일단 갔다가 새자리로 가곤 하니 말 다했다...ㅎㅎ^^


지금도 나는 닥터왓츠를 생각하면 그분의 온화한 미소와 잔잔한 몸짓과, 그 분의 절제되고 정갈하던 이사가시기 전 집의 거실풍경과, 그 곳에서 아이가 렛슨받는 동안 적당한 조도의 정갈하던 그곳에서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던 내가 떠오른다.
그 중에도 특히나 겨울! 크리스마스 즈음의 낭만과 운치의 느낌은 글로 잘 표현을 못하겠다!!
막내와 함께 넓은 계단식 강당에서 협주하시던, 그 멋지던 광경이 함께 휘리릭 지나가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용감하게 본인이 가장 살고싶은 생을 살기위하여, 부부가 함께 과감하게 다 떨치고,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시던 그 분과 그 부인도 이제, 조금은 백발을 더하셨겠다. ...메릴랜드로 가면 꼭 찾아뵈어야겠다.
어찌 변하셨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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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2/04/27 14: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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